“고래와 호랑이 그림은 어디있나요” 반구대암각화 마른 물이끼 덮여 관광객 실망
2011년 01월 09일 (일) 21:56:47 홍영진 기자 thinpizza@ksilbo.co.kr
   
“고래와 호랑이…, 도대체 그림이 있기는 하나요?”

울주군 언양읍 동부리 김모씨가 방학을 맞은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지난 8일 모처럼 나들이길에 나섰다. 눈덮힌 산세도 구경하고 아이들에게 역사체험도 시켜 줄 겸 인근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를 찾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실망만 안고 돌아왔다. 물 속에 잠겼던 암각화가 수면 위로 드러나긴 했지만, 표면에 붙은 마른 물이끼로 인해 바위그림은 커녕 전체 윤곽조차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 국보 제285호 울산 대곡리 반구대암각화가 겨울철 갈수기 영향으로 물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물이끼 등 수중생물들이 심하게 말라 붙어 있어 전망대에 설치된 고배율 망원경으로도 암각화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다. 물속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암각화의 추가 훼손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김씨는 “물이끼 때문에 바위그림을 제대로 관찰할 수 없었다는 말은 여러 차례 들었으나,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며 “사진으로 보아왔던 바위그림이 실제로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KTX를 타고 이곳을 찾았다는 외지 가족단위 관광객도 많았다”면서 “그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반구대 암각화가 늘 저런 상태로 있느냐’고 질문하는 바람에 주민으로서 솔직히 곤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울산의 대표적 역사문화 콘텐츠로 각광받는 반구대 암각화. 하지만 정작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이 실망감을 안고 발길을 돌리는 일이 늘고 있다. 해마다 지적돼 왔지만 당장의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물이끼의 잔재를 걷어내려다 암벽 표면이 함께 떨어지는 불상사가 벌어질 것이 염려돼 표면정화 작업마저 쉽게 시도할 수 없다.

이 와중에 암각화는 올 한해도 물고문 속에 지내야 할 형편이다. 인류가 남긴 최고의 선사예술이 제 빛을 발하는 날을 기다리는 시민들은 하루 빨리 영구보존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기를 고대할 뿐이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